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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리과 콩팥질환 전자현미경검사의 위기

αβγ 2023. 9. 21. 10:25

질병의 진단에 전자현미경이 쓰인다는 것은 보통 사람뿐 아니라 의료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도 매우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병리학적 진단을 위해 병리과에서 행해지는 검사항목 중에는 전자현미경검사가 있다. 전자현미경이란 주로 학문적 연구에 사용되는 기계이지만 전자현미경검사는 병리과에서 시행되는 콩팥질환의 병리조직학적인 검사에 기본적으로 광학현미경검사와 함께 사용되고 있으며 최종적인 콩팥생검의 병리 진단을 완성하는 데 없어선 안될 필수검사이다.

 

 

통상적으로 병리학적인 진단은 암 진단을 비롯한 많은 주요 질환의 진단에 있어 최종적이며 가장 신뢰할 만한 진단으로 인정되고 있으다. 아무리 특정한 진단이 강하게 의심된다 하더라도 조직검사를 통한 병리학적인 진단은 필수적이다.

 

콩팥질환 중 특히 사구체질환은 질환의 확진을 위해 콩팥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타 장기의 진단과 달리 콩팥 조직검사는 광학현미경을 이용한 일반적인 조직검사만으로는 진단이 거의 이뤄지기 어렵고 주요 콩팥질환은 면역성질환이기 때문에 면역형광검사와 전자현미경검사를 병행하게 돼 있다. 콩팥 사구체의 매우 세밀한 변화를 관찰하고 병적 변화를 판별, 분류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특수 염색과 함께 시행된다.

 

또 광학현미경으로는 세포와 조직의 정밀한 변화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콩팥조직을 수천 배에서 수만 배 확대해 관찰하는 전자현미경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즉 콩팥은 병리조직학적 진단을 결정할 때 광학현미경검사, 면역형광검사와 함께 전자현미경검사가 시행돼야 하며 이로써 소위 삼위일체의 콩팥 사구체질환 진단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자현미경검사는 그 특성상 매우 까다롭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세밀한 절차가 필요하다. 진단을 위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될 뿐 아니라 시료 제작을 위한 검사실 인력도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하다. 비용 역시 매우 많이 든다. 진단에 쓸 만한 전자현미경장비의 경우 현재 시가기준 약 7억원의 비용이 들며 다이아몬드 나이프를 비롯한 고가의 소모품과 재료비용, 검사실 시설 보수 및 유지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전자현미경검사는 올해 8월 대한병리학회 산하 신장병리연구회의 원가분석 결과, 원가는 36만원인 데 비해 전자현미경 검사 수가는 12만원으로 원가의 삼분의 일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가 책정 초기부터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로 인해 전자현미경 검사실을 운영하는 기관들은 (수익과 상관없이 운영되는 의과대학 연구실 소속 전자현미경을 이용하는 일부 의료기관을 제외하고) 점차 누적된 경영 적자로 전자현미경 검사실을 폐쇄하는 추세에 이르렀다.

 

이에 최근 들어 국내 주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중 15개 기관이 국내 A 대형병원에 콩팥 전자현미경 검사를 위탁해왔는데 A기관도 누적된 경영상의 손실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 전자현미경 수탁검사를 중지하겠다고 결정한 상황이다. 조만간 B 대형병원도 수탁을 중지할 것이라고 하니 국내 콩팥 사구체질환 환자들이 전자현미경검사를 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이러한 사태가 지속되면 콩팥질환의 주요 축인 사구체질환 진단에 있어 전자현미경검사가 소멸될 것이며 이는 콩팥질환 진단의 퇴보는 물론 해당 질환을 가진 환자의 치료에 심각한 악영향이 미칠 것이다.

 

유전질환을 포함한 일부 콩팥질환은 전자현미경검사만으로 확진 가능하거나 또는 질환의 단서를 찾을 수 있으며 후속으로 유전자검사를 통해 확인되기 때문에 특히 이러한 사태는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는 국내 100명이 채 안 되는 콩팥병 진단 병리의사의 멸종과 신장병리를 연구·진단하고자 하는 병리의사 양성의 소멸로 이어져 또 하나의 필수의료 위기로 귀결될 것이다. 전자현미경검사의 수가 현실화가 절실한 또 다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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