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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후 혈압 떨어지는 이유

αβγ 2023. 10. 13. 21:50

수영장에서 수영강습을 받는 회사원 A씨는 운동이 끝난 후 수영장 로비에 설치되어 있는 자동혈압측정기를 이용해서 혈압을 측정해보고는 깜짝 놀랐다. 평소의 최고혈압이 140mmHg 정도였는데, 거의 정상수준인 120mmHg에 가깝게 떨어진 것이 아닌가?

 

이처럼 운동 후에 혈압이 떨어지는 현상은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다. A씨와 같이 혈압이 높은 사람뿐만 아니라, 정상혈압인 사람도 운동 후에 혈압이 안정상태의 수준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폐계에 자극을 주는 전신운동을 할 때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처럼 운동 후에 혈압이 떨어지는 현상을 “운동유발성 저혈압”이라고 한다. 운동 후에 떨어진 혈압은 대부분 한두 시간 안에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지만 때로는 수 시간이나 20 여 시간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고혈압인 사람에게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작용할까? 매우 반가운 소식은 이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혈압조절에 매우 유익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사실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당연히 혈압이 상승한다. 운동 중에 혈압이 상승하는 이유는 심장이 더 자주, 더 많은 혈액을 펌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대로 운동을 하더라도 최고혈압이 200mmHg 정도를 크게 넘어서지 않아야 정상이다. 왜냐하면 운동하는 동안에 근육에 분포된 혈관이 크게 확장되기 때문이다. 물론 운동하는 근육의 혈관이 확장하는 이유는 더 많은 혈액을 받아들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근육은 산소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운동을 할 때 전체적으로 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에 혈압이 200mmHg를 넘어서서 크게 상승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혈관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어서 잘 늘어나지 않는다면 운동 중에 혈압은 더욱 크게 올라갈 수 있다.

 

혈관을 확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물질은 혈관 자신이 생산해낸다. 즉 혈관의 내벽을 이루고 있는 세포를 혈관내피세포라고 하는데, 이 세포들은 압력를 받게 되면 산화질소(NO)라는 개스를 생산해서 분비한다. 이 개스는 혈관을 이루는 근육을 이완시켜서 혈관의 내경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고혈압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 산화질소를 생산해내는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뿐만 아니라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동맥경화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서 이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고혈압은 그대로 방치할 경우 악순환에 의해 혈압이 더욱 상승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즉 만성적으로 혈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활성산소와 같은 해로운 물질의 분비가 과도해지면서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산화질소(NO)를 생성하는 능력이 감퇴하면서 혈관의 탄성이 감소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혈압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최근의 연구들은 운동과 순환내피기원세포(EPCs)라고 하는 희귀한 세포와의 관련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순환내피기원세포는 골수에서 만들어지는데, 혈액을 순환하면서 혈관을 새롭게 생성시키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내피세포의 손상을 복구하고, 내피세포로 분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운동은 산화질소의 생성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연쇄적으로 골수로부터 순환내피세포의 이동과 증식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처럼 운동 후에 혈압이 떨어지는 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고혈압인 사람의 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을 주는데, 이러한 효과는 단지 한 주나 수개월의 운동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고혈압인 사람의 경우 높은 혈압은 혈관의 손상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에 우선 약물을 통한 혈압조절이 필요하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으로 운동을 통해서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저혈압인 사람의 경우는 어떠할까? 혹시 운동 후에 저혈압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즉 운동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의 정상화기능을 함께 갖고 있는데, 이를 운동의 적응소효과(adaptogen effect)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운동의 좋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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