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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해외 OECD 국가 나라 원격진료 비대면진료 사례 본문
우리나라에서 비대면진료 도입은 2000년부터 추진됐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번번이 좌초를 겪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한시적 허가를 받았다. 문제는 팬데믹이 끝나자 법적 근거가 사라지며 비대면진료 활성화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한시적 비대면진료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 국민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 이용의 한시적 특례를 인정해왔다. 하지만 이달부터 진행된 시범사업은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에 근거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보건의료 시범사업 관련 조항으로 국가는 새로운 보건의료제도 시행을 위해 필요하면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1. 전 세계 트렌드 ‘비대면진료’…우리나라는 퇴보
OECD 주요 국가들은 팬데믹으로 비롯한 자국민의 감염위험을 줄이기 위해 비대면진료를 장려하고 있다. 실제로 OECD 38개국 중 칠레, 체코, 에스토니아, 스위스, 터키 등 미응답국을 제외한 32개국에서는 이미 비대면진료를 도입했다.
비대면진료 시장규모는 2020년 팬데믹의 여파로 2023년 57억1000만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 2030년에는 224억8000만달러 규모까지 성장해 연평균성장률 18.8%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진료의 지역별 시장규모는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태평양, 라틴아메리카, 중동·아프리카 순으로 형성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비대면진료는 해외와 달리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해외 여러 국가들은 비대면진료를 확대, 제도로 안착시킨 것.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대중 연구위원의 ‘비대면진료 국내 현황 및 국외 사례’에 따르면 일본은 코로나19 이전의 원격의료는 ‘단골의사(가카리쓰케 의사)’를 통해서만 가능했으며 대면진료가 원칙이었다. 하지만 2020년 4월 10일 한시적·특례적인 취급에 관한 행정통지에서 환자로부터 전화 등으로 진료 등의 요구를 받았을 경우 해당 의사의 책임하에 의학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한 범위 내에서 초진부터 비대면진료가 가능해졌다. 또 2020년 9월 약기법 개정을 통해 약사에 의한 원격 복약지도와 처방의약품 배송도 가능하게 했다. 2022년 1월 이후에는 초진 범위를 폭넓게 허용한 바 있다.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2009년 7월 의료인과 환자 간의 원격의료 형태가 가능함을 언급했다. 또 2010년 원격의료에 대한 정부령에서는 원격의료의 구체적인 형태를 제시, 최근 1년간 대면진료를 받은 재진 환자(일부 환자 예외)만 주치의 또는 주치의 의뢰서가 있을 경우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2020년 3월부터 조건을 완화시키며 의뢰 없이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고 초진도 허용했다. 이후 주치의와 비대면 진료를 하거나 주치의 의뢰서가 있을 경우 다른 의사와 비대면진료(초진)가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 돼버린 약배송 역시 마찬가지. 영국 정부는 2019년 ‘NHS 장기계획’을 통해 비대면진료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모바일 플랫폼 NHS 앱을 통해 2019년 7월부터 영국의 모든 1차병원(GP)은 연동시키고 있다. 모든 국민이 이 앱을 통해 진료기록을 열람하고 장기복용하는 약은 자동으로 처방·발급받을 수 있으며 일부 병원은 NHS 앱을 통해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의 비대면진료 서비스 ‘아마존 클리닉’ 사업이 50개 주로 확대됐다. 경증질환자 대상 원격 진료는 물론 약국 처방과 배송까지 가능한 서비스다. 이밖에도 유럽 국가 대부분 역시 의약품 배송을 허용하고 있다.
김대중 연구위원은 “향후 초진 환자에 대한 비대면진료의 확대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은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을 가져오는 만큼 처방전 전송, 의약품 조제, 복약 지도, 의약품 수령 등을 고려한 비대면진료 확대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 해외 의료진, 비대면진료 만족도 높아
우리나라는 비대면진료를 둘러싸고 산업계·의료계·약업계 등의 대립이 치열하다.
산업계는 비대면진료 대상을 초진 환자까지 확대하고 약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기간 비대면진료의 대다수가 초진이었으며 비대면진료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됐기 때문에 시범사업 대상을 초진환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 또 ‘비대면진료’ 후 ‘대면 약 수령’은 현실성이 떨어져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계는 비대면 초진 허용 시 오진 사고가 잇따르고 의료사고로 인한 의료인 보호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의료인 면허취소법까지 제기된 시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실시하며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은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약업계는 약배달이 약물 오남용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비대면진료의 의약품 처방은 약물상담 및 상호작용 검토가 부정확해 오남용 위험성이 높고 의약품 수령과정에서 변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면 투약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으로 시범사업은 ‘재진원칙’과 ‘약배송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결국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대부분 사업 철수와 축소를 결정했다.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승인까지 받은 쓰리제이의 비대면진료서비스 ‘체킷’과 한의원 비대면진료 플랫폼 ‘파닥’ 역시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또 남성 메디컬 헬스케어 플랫폼 ‘썰즈’도 사업을 종료했다. 이밖에 메듭, 바로필, 엠보 등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상위 5개사인 굿닥, 나만의닥터, 닥터나우, 똑닥, 올라케어도 등의 사정도 비슷하다. 굿닥은 약배송을 중단, 대면진료 예약 서비스에 집중할 방침이다. 나만의닥터 역시 사업 중단 결정을 내렸다. 닥터나우는 종합 헬스케어 서비스를 펼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시범사업 지침이 명확하지 않고 초·재진 구분 등 불법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플랫폼업체들이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비대면진료 플랫폼 관계자는 “시범사업은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울 때 비대면진료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론”이라며 “대상환자 범위 축소 결정은 사실상 사업을 이어나갈 수 없다는 뜻이며 대부분 스타트업인 것을 감안하면 사업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모순적이게도 우리나라의 의료계와 달리 해외 의료계에서는 비대면진료의 효용성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0년 8월 17일부터 9월 1일까지 플로리다 메이요 클리닉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529명의 의사들의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설문에 따르면 81.5%의 의사가 환자와 의사소통이 쉽고 편하다고 응답했고 의사 63.7%는 비대면진료를 위한 정보통신기술 지원이 충분하다고 응답했다.
또 코로나19 동안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방사선종양학과의 92%가 비대면진료를 진행, 응답자의 71%가 암을 치료하는 능력에 차이가 없었으며 55%는 방문진료를 통한 의료와 큰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우리나라는 현재 원격의료 개념이 비대면진료에 갇혀 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원격의료 개념을 포괄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진료 접근성 차원에서만 원격의료 가치를 논하고 있는 만큼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 입증과 가치창출 방안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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