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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와 포스트 트루스, 미디어와 SNS의 미래

αβγ 2020. 7. 2. 23:56

코로나19산업 전반에 걸쳐서 각 산업 분야의 취약점을 드러내고 문제점을 악화시켰는데, 이러한 이치는 미디어 분야와 SNS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뉴스와 온라인 게시물들에 관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미디어와 SNS의 취약점이 드러난다. 그 무엇보다 사람들이 허위합의편향(false consensus bias)에 빠지는 것이 문제였다.

 

허위합의편향이란 자기 자신의 의견이나 신념, 선호, 행동이 실제보다 더욱 보편적이라고 착각하는 자기중심성 개념이다. 다시 말해 자기 스스로가 믿는 것을 다른 사람들 또한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리 기제이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SNS는 허위합의편향을 부추겼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나 자신의 생각이 다수의 사람들이 합의한 생각과 동일하다고 믿을 때 허위합의편향은 나타났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뜨는 게시물 가운데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여 들여다보는 것은 몇 개 되지 않으나 페이스북의 최적화된 알고리즘은 오직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정보만을 선별하여 제공하고, 개인 맞춤형으로 노출되는 게시물들을 보면서 개개인은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믿음, 선호를 다른 사람들 역시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강화하며, 결국 그것은 진실이 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시대는 탄생했다.

 

포스트 트루스 시대가 도래한 데에는 고도로 개인화된 특성을 가진 SNS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SNS는 주관적인 진실을 양산해 내며 사람들을 어떤 동질화된 작은 집단으로 묶어 버렸다. 다양한 미디어 매체들은 서로 다르게 이야기를 전했으며 사람들 또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 전해지는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특정 언론이나 SNS가 얼마만큼 신빙성이 있는지에 관한 회의론은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했다. 예컨대 감염병과 관련해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바가 너무나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스스로가 코로나19 전문가라며 자청하고 나섰다. 결과적으로 사실 정보가 부족함으로 인해 야기된 혼란은 잘못된 전문지식을 부추겼으며 주관화된 진실은 회의론을 강화했다.

 

객관적 진실과 현실의 문제가 주관적 인식과 신념의 문제로 변모해 버리고, 고도의 개인 맞춤형 정보는 사실과 다른 왜곡된 인식을 강화하며, 사람들은 어떠한 동질적인 하위 집단을 구성하고 주관화된 정보들을 소비하고 공유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미디어는 마치 괴물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미디어의 민낯은 일그러져 버렸다. 이와 같은 미디어의 민낯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고개를 들 것이며 그럴 때마다 미디어 생태계는 커다란 피해를 겪게 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디어의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라 할 수 없다. 국가적 정체성균열이 생기면 생길수록 미디어는 선의가 아닌 악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악의적인 이용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보면 SNS 본연의 역할 가운데 하나인 사회를 하나로 만드는 힘 또한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미디어와 SNS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그 동안 감추어졌던 것들을 활짝 드러냈다. 합의편향주관화된 진실, 그리고 사이버 심리전의 위험 이 모든 것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 참고문헌

- 제이슨 솅커 지음, 박성현 옮김, 《코로나 이후의 세계》, 미디어숲,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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