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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2 – 올바른 민주주의, 존중 및 타협 통해 복지국가로 본문
2020년 7월 6일자 한겨레에 실린 이철희 지식디자인연구소장의 칼럼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칼럼의 제목은 <정치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이므로, 칼럼의 원문을 직접 읽어 보고자 한다면 해당 제목의 칼럼을 찾아서 읽어 보면 되겠다.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올바른 민주주의란 무엇이며 존중과 타협을 통하여서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길은 무엇인지와 관련이 있다.
좋은 체제, 민주주의
이철희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좋은’ 체제다. 왕정, 독재나 귀족정에 비해 민주주의는 확실히 좋다. 민주주의는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에 의한 통치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오랜 세월 민주화를 위해 열심히 싸웠다.” 하지만 이철희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과거에 배제됐던 시민 또는 인민(people)에게 참정권 등 기본권을 허용하기는 하지만 그 민주주의가 보통사람들의 ‘좋은’ 삶을 자동적으로 보장해주진 않는다.”
민주주의의 현실, 정치에 따라 달라져
이철희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현실적 모습은 여러가지다. 예컨대 우리가 체험했듯이 ‘노무현의 민주주의’와 ‘박근혜의 민주주의’는 많이 다르다. 미국을 보더라도 트럼프의 민주주의와 오바마의 민주주의가 보여주는 차이는 매우 크다.” 그러면서 좋은 민주주의와 나쁜 민주주의에 대해 이철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민주주의가 기회·과정·결과에서 약자를 위한 좋은 체제가 될 수도 있고, 절차만 민주적일 뿐 내용적으로는 강자의 편을 드는 나쁜 기제일 수도 있다. 어떤 나라는 사회경제적 약자를 열심히 보살피는 반면 어떤 나라는 사회 같은 것은 없다며 약자들의 고단한 삶에 대해 나 몰라라 한다.”
민주주의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현실화하는 이유에 대해 이철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민주주의가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발현하는 이유가 뭘까? 바로 정치 때문이다. 제리 스토커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정치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정치가 못나고 후지면 보통사람이 살기 힘든 사회가 된다. 소수의 강자가 곧 승자가 되고, 승자가 사실상 사회적 과실을 독점하는 강자필승·승자독식의 체제가 된다. 이때의 민주주의는 사회경제적 약자가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무기가 아니라 빈부 또는 승자·패자 간의 격차를 합리화하는 강자의 방편으로 전락하고 만다.”
복지국가, 서민에게 유리한 체제
복지국가에 대한 이철희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복지국가가 이상적이진 않지만 사회의 절대다수인 서민에게 유리한 체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약자를 위한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 복지국가는 이념이 아니라 정치기획의 산물이었다. 정치가 약자에게 유리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성공함으로써 그 나라는 보통사람이 살기 좋은 복지국가가 됐다.” 그러면서 이철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키는 것보다 바꿀 것이 많고, 소수의 강자보다 다수의 약자에게 유리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쪽을 진보라고 한다면, 그 진보가 유능한 정치를 통해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스토커 교수의 명제는 유능한 정치를 통해 좋은 민주주의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복지국가에서 중요한 것은 복지정책보다 복지정치
이철희에 따르면 “복지국가를 대할 때 흔히 복지정책에 주목하지만 사실 관건은 복지정치이다.” 그러면서 이철희는 스웨덴의 사례를 소개한다. “스웨덴의 경우 낮은 출산율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마스터플랜, 근사한 빅 픽처를 가진 게 아니었다. 정치가 사회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에 반응하고, 책임지는 당연한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당혹스러운 팩트 하나. 혁명이 아니라 타협에 의해 복지국가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절대 과반 의석을 가진 진보세력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물리적 힘을 동원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철희에 의하면 “1917년 선거 후 장기 집권한 스웨덴의 사민당은 지금까지 1940년과 1968년 두번 과반 의석을 획득했을 뿐 대부분 연정(coalition government) 또는 소수정부였다.” 이철희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그래도 스웨덴의 진보세력은 최고의 복지국가를 건설해냈다. 그들은 포용과 설득, 대화와 타협이라는 식상하고 거부감마저 드는 이 고전적 정치 문법을 통해 이걸 해냈다. 요컨대, 복지국가는 진보세력이 유능한 정치를 통해 일군 성과였다.”
민주정치의 기본 문법은 존중과 타협
한국의 진보세력에 대해 이철희는 다음과 같은 충고를 남긴다. “우리나라의 진보세력, 특히 민주당이 이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진보는 다른 방법이 아니라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꿔야 한다.” 이철희가 말하는 정치란 무엇인가? “그 민주정치의 기본 문법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타협이다. 국회의원은 그의 인격이나 품성 때문이 아니라 선출되었기에 그 대표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누구라도 늘 옳거나 그를 수 없다. 따라서 토론을 통한 타협의 숙의는 정치의 숙명이다. 물론 도저히 타협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다수결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가장 타협적인 안을 선택해야 하고, 그에 대해서는 여론·선거 등을 통해 정치적으로 심판받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철희의 정치관이다.
정치는 숫자가 아닌 실력
마지막으로 이철희는 덧붙인다. “정치는 숫자로 하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하는 것이다.” 이철희에 따르면 “생각이 다른 세력·정당을 ‘으르고 얼러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실력, 즉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철희는 말한다. “쪽수가 많다고 모든 것을 일사천리로 처리할 수는 없다. 적다고 아무것도 못 하진 않는다. 여든 야든 남 탓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건 무능의 알리바이나 다름없다. 유능한 정치를 통한 좋은 민주주의, 어렵지만 진보가 갈 길이다!”
이상 올바른 민주주의란 무엇이며 존중과 타협을 통하여서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길은 무엇인지에 관한 이철희 지식디자인연구소장의 예리한 진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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